한국에는 수능이란 시험이 있다. 정식 명칭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줄여서 수능이라고 한다. 매년 11월에 열리는 수능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에게 피해갈 수 없는 필수코스다. 전국 1,200여 개 시험장에서 평균 50만 명이 치르는 대규모 시험이다. 시험 날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을 위해 공사장에 있는 인부들은 공사를 잠시 멈추고, 비행기도 일부러 이착륙을 피한다. 이쯤 되면 국가적인 행사라고도 불릴 만하다.
한국 고등학생들의 '눈물'
이 시험을 잘 보느냐 못 보느냐에 따라 희비(喜悲)가 엇갈린다. 원하는 성적을 취득한 학생은 기쁨의 눈물을, 시험을 망친 학생들은 '진짜' 눈물을 흘리기 때문이다. 그해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불수능, 물수능이란 말이 붙기도 한다. '불'이란 것은 시험이 어려웠다는 뜻이고 '물'은 너무 쉬워 변별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뜻이다. 이 수능을 전후로 한국의 십대들에게는 공부를 하지 않을 얼마 동안의 합법적인 자유와 대학진학을 위한 자기계발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진짜 눈물'을 흘린 학생들은 대학 불합격의 충격을 추스르고 다시 대학입시에 도전할지 아니면 일찍 사회에 진출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N수생
1년에 한 번 있을 시험을 위해 학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온갖 수고와 인내를 감내하며 공부에 매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하는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나온다. 이들은 또래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해 1학년 과정을 밟는 동안 다시 시험 준비를 한다. 이들을 재수생이라고 하는데 2번째 시험에서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실패하면 세 번째로 시험을 보게 된다. 수능시험에 두 번 실패하고 세 번째 시험을 본 사람을 3수생이라고 부른다. 수능시험을 본 횟수에 따라 N수생이 된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 = 성공?
한국은 특히 학벌주의, 연고주의가 유독 심한 나라다. 비단 청소년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좋은 대학을 가는 것 = 성공'이라는 관념이 강하게 박혀 있다. 이 때문에 낮은 성적으로도 충분히 갈 수 있는 대학을 굳이 가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끊임없이 입시시험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치른다.
소방관도 못 끄는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
한국 부모들의 교육열 또한 대단하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에 돈을 어마어마하게 투자한다. 한국의 학원가가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수능 날이 다가오면 절에 가서 염불을 하거나 생전 나가지도 않던 교회에 가서 신게 기도를 올린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전 세계 어디나 같을 것이다.
시험에 목숨 거는 한국 고등학생
하지만 자식을 위해 지극정성인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들이 있다. 낮은 시험 성적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고등학생들이다. 매년 수능이 끝날 때마다 자살하는 학생들의 기사는 한국일간지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인생 선배가 된 입장에서 그 친구들을 보면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든다. 대학입시는 인생에서 해야 할 수많은 선택의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한 건데 이 친구들에겐 그것이 마치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기준의 잣대가 된 것이다.
최근 유행했던 한국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수많은 한국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자녀들의 명문대학입시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학부모들의 욕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 드라마를 보고 대학이 마치 출세의 등용문이 된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환멸을 느끼는 한국인 또한 적지 않았다. 이러한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가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매년 시험성적에 비관해 자살을 하는 고등학생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개성과 능력이 존중받는 한국사회가 되길 바라며
사람은 각자 타고난 천성이 있고 성격과 능력 또한 각기 다르다. 축구경기는 서로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이 서로 협업해 게임을 이끌어 간다. 골키퍼가 자기가 골을 넣지 못한다 해서 자신을 비관하지 않는다. 공격수 또한 자신이 상대편의 골을 막지 못했다고 해서 자책하지 않는다. 축구선수들은 자기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며 팀을 위해 열심히 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제각기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능력을 존중받는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시험성적이라는 잣대 하나로 일률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나누고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출신대학과 시험성적으로 사람의 능력을 나누고 평가하는 게 과연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해본다. 나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인 스스로가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또 다른 사람의 그것을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정착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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